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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 운명, 자유의지 (2)

(1)에 이어서 쓴다

본성, 운명, 자유의지 (1) (tistory.com)

 

요점은 우리의 삶이 굴러가는데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과의 누적이라면 그리고 사람이 타고난 경향성이나 선택의 누적에 따라 그 스노우볼이 굴러가기 시작해서 나중에 결국 멈출 수 없게 되는 거라면 결국 가장 요긴한 방법은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법칙 중 어떤 강력한 것 하나를 뒤틀어버리는 것이다.

 

고대의 가르침에서 나는 그것이 이전에 말한 자기중심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자기보존본능은 뼈에 새겨져서 씻을 수 없을 듯이 느껴지지만 자연은 우리에게 또다른 반대의 흐름 내지는 열쇠를 준비했으니 예컨대 종 전체의 보존본능이 그 실마리 중 하나이다. 이를 일컬어 선이라 할 수도 있고 만물분수리라 할 수도 있고 불성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자기중심성이라는 악이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의도가 한 개체에 동시에 내재된 것이다. 여기서 어디에 초점을 두고 바라보냐에 따라 인간의 본성을 각자 정의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일전에 '요범사훈'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아주 거칠게 요약하자면 원료범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운명을 예언받았는데 그게 너무 정확한 나머지 대충 되는대로 살다가 어느 스님으로부터 선업을 쌓으면 운명이 바뀐다는 말을 듣고 실천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세상이 거대한 마일리지 제도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게 가능하냐고 여기면서 동시에 믿기엔 아름다운 구석이 있다고만 여겼는데, 어느날 생각이 들었던 것이 선행을 저런 믿음이라도 가지고 자꾸 해 버릇하면 어느덧 그것이 습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원래 그 사람의 인생이 굴러가던 경로와는 이미 다른 방향으로 틀어지기 시작한거고 그것이 결국에는 큰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왜냐하면 그 새로운 삶의 방침으로 바꾸기 전 단계에 원료범의 내심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바로 자기의 현재 처지 파악과 그로 인한 결과 예측 그로 인한 기존의 나쁜 운명에 대한 예언 수용이었기 때문이다. (ex 내가 공부를 안했는데 시험을 잘 볼 리가 없지 느낌)

 

그러한 모든 나쁜 것의 근원에 '자기중심성'이 있다면 오랜 세월동안 그것을 흔들게 된다면 본인에게 주어졌던 것과는 다른 운명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는 소위 선업을 쌓은 결과 틀어버린 다른 운명이 더 좋은 운명이 되는가에 대한 생각일 것이다. 평소 하던 짓과 다르게 살면 삶이 달라진다는 말은 사실상 하나마나한 말이 아닌가. 다음에는 여기에 대하여 간략한 생각을 풀어보기로 하겠음.

 

p.s. 최근 심심풀이로 헬레니즘 아스트롤로지를 파봤는데 (운명예측에 있어서 동서양의 디테일이 비슷하면서 다른 점이 매우 재미있다) 이에 따르면 1번 하우스(나)의 자리와 대칭 방향에 있는 7번 하우스는 타자의 자리이다. 그리고 그 타자와 관계하면서 동시에 자아가 소멸하는 자리가 8번 하우스이다. 그리고 그 이후의 9, 10, 11, 12가 바깥의 일을 암시한다고 한다. 한 개인이 타자를 만나 관계를 맺고 사회적으로 거듭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자아의 일부 소멸이라는 것이다. 적당히 나를 잃어버려야 남의 마음과 세상 속에 내 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다가오면서 동시에 매력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