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꽃 이야기
어느 스님이 꽃과 나무 기르기를 좋아하여, 귀한 종자를 얻어 정성껏 기른 끝에 곧 개화를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마을 사는 선량한 주민 A는 예초기를 돌릴 일이 생긴 김에, 일손을 거들어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또다른 선량한 주민 B는 이왕 약통을 등에 짊어진 김에 일손을 거들어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절에 피어나는 잡초(?)에 기계를 들이대고 약을 쳤다.
그분들이 착한 마음을 가졌으나 결과가 그리 된 까닭은 눈앞의 풀이 잡초인지 꽃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 역시나 사리분별력이 부족했던 탓에 수많은 귀한 풀을 베어 왔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이 용서받기를 바라면서도 마음의 죄의식과 그늘로 인하여 아무래도 악행이겠지요 하고 묻자
스님은 그분들의 의도가 선했기에 괜찮다고 하였다.
2. 마당쓸기 이야기
내려가서 얼마 안 지난 시기의 일이다.
큰스님은 마당 쓸기를 시키셨다.
작은 절이지만 그 크기가 만만치 않아 꽤 힘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 어떻게든 눈에 뵈는 가지나 나뭇잎은 다 쓸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 했노라 말씀을 드렸다.
그러나 잠시 뒤 큰스님이 빗자루를 들고 휘적휘적 내가 쓸었다고 생각한 곳을 쓸자
온갖 이파리에 먼지가 아직도 잔뜩 있는 것이었다.
순간 벙쪄있는데 스님께서는 먼지가 아닌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하셨다.
여전히 이해는 못했지만 뭔가 보여주신걸 보고 마음을 다르게 먹어보려 노력하니 안보이던게 보이기 시작했다.
빈틈없이 쓸었다고 생각했던 곳에는 심지어 개구리 말라붙은 시체도 있었다.
듣자하니 부처님 제자 중에 똑똑한 형과 어리석은 아우가 있었다고 한다.
이 아우가 뭔가 외우는걸 더럽게 못외워서... 동병상련... 암튼 어느날 부처님께 고민상담을 하자
그때 시킨게 마당쓸기였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날 이양반이 형보다 일찍 깨달아버리고
사람들은 믿지 않고 앞에서 검증을 시켜보자 했으나
그 제자는 진실로 자신이 깨달았음을 드러내 보일 수 있었다고 한다.
지혜가 쌓이면 먼지도 잘 보인다고 들었다.
이게 남들에게는 어쩌면 아무렇지 않은 그런 일들일 수 있지만
나로서는 평생을 보고자 하여도 못 보고 알고자 하여도 알 수 없던 그런 일들이었다.
3. 잎사귀 이야기
그러던 어느날 미약한 앎이 찾아와 시선을 돌려보니
이미 수많은 잎사귀들이 '장전'되어서 언제든 바람과 만나면
마당에 떨어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업들은 곧 떨어질 잎새와 바람과 같아서.
평생 속세를 등지고 살아도 마당에 이파리 흙먼지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세상에 나아가서 산다면 그것은 더욱 어려운 일
마당의 잎사귀와 먼지는 빗자루로 쓰는데,
마음에 시시때때로 날아오는 그것은 어찌 해야 하는가
나의 요즘은 매일 그것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