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권술 이야기

21년의 앞자락에서 수련의 역사를 돌이켜보다. (5)

1. 어떻게 해야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거나, 혹은 빠르게 바른 길로 복구할 수 있는가

 

개인 단련을 성실하게 하면 사실 쉽게 망가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수련터와 떨어져서 혼자 단련할 일이 많았던 과거사를 돌이키면, 그런 상황이 장기화 될 때 확실히 길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점은 장담할 수 있다. 냅둬도 안망가지는 어떤 임계점을 넘지 않는 이상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혹은 사람이 살다보면 일 폭탄을 맞거나, 어딘가를 다치거나 하는 등의 사건을 겪게 되어 원치 않게 단기적인 단절의 흐름을 겪을 수도 있다. 이때 역시 약간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혹은 어느날 갑자기 - 사부의 말에 의하면 실력이 한단계 오르려 할 때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 갑자기 지금까지 했던 것들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기도 하다. 그때 괜히 지금까지 해오던 것이 맞는지 아니면 그거보다 조금 달라진 뭔가가 더 맞는지 기준이 애매해 질 때가 있다. 사실 이럴 때야말로 한순간에 위로 올라가느냐 아니면 잠시 먼 길을 돌아오게 만드냐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그때 해야 할 일은 우선 (사실 사부님에게 물어보는게 제일 편하고 확실한 방법이지만 여의치 못한 상황이라면) 적용하고 결과를 보는 것이다. 마침 최근 이러한 일을 겪어서 예시를 들어 본다.

 

2주 전 월요일에 무리한 여파는 주말쯤에 회복이 되었지만 그 뒤에 어떤 일로 무리하여 허리 근육이 놀라게 되었다. 이때는 휴식 외에는 백약이 무효라 수련이 끊기게 되었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고 나서 참장을 서는데 갑자기 개선해보고 싶은 부분이 생겼다. 침중의 확실한 징표 중의 하나는 발바닥이 땅에 마치 문어 빨판처럼 착 붙는 느낌이 난다는 것인데 평소에 앞발이 다소 뜨는 감이 있어 어떻게 하면 그러한 상태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상체의 축을 앞으로 살짝 옮기니 땅에 더 붙는 느낌이 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하던 대로의 방식과 새 방식을 왔다갔다 해보고 오늘 오전에 갔더니 역시 원래 하던 대로가 잘 되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하고 나서 이 점에 대해 논의하자 앞쪽이 뜨는 부분을 잡는 항상 들어왔지만 새삼스럽게 새로웠던(?) 매커니즘을 익힐 수 있게 되었다.

 

적용하고 결과를 본다는 것을 어쩌면 포함하는 더 큰 자세가 있다면 바로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태도이다.

초창기에는 평소에 머리를 너무 쓰니까 운동할 때 만큼은 몸에 새겨서 몸에 맡기자는 식으로 열심히 하기만 했다. 물론 이렇게 해도 공력이 쌓이는 것은 있고 피지컬이 받쳐주면 어떤 것들은 쉽게 해결된다. 하지만 몇년이 지나고 보니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앞서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생각과 함께라면 만사가 형통인가? 그렇지도 않다는 점이 말로 하기 어려운 점이다. 가끔 보면 지식으로 무술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찾아오곤 했었다. 그런 사람들은 어느순간 사라지고 없다. 다소 고되고 지루한 과정 자체가 인간이 어떤 틀로 변하여 바뀌든지 아니면 나가든지를 선택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붕권이나 용형같은 것이 대표적인 난관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성실은 기본으로 깔고 그 위에 지적인 면을 추가하고 마지막으로는 사부님 및 사형제들과의 인화 속에서 다듬어져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무난하게 실력을 쌓는 길이 아닐까 한다.

 

2. 하지만 수련에는 항상 마가 끼는 법이다

 

천시 지리 인화 세가지가 다 갖춰진 환경을 항상 맞이할 수는 없다. 느리더라도 확실하게 나아가는 방법은 끈질긴 노력과 근성이 아닐까 싶다. 당신에게 정말이지 그렇게 하고야 말아야 한다는 뜻이 있다면 험악한 날씨가 끝나고 다시 순풍이 불어올 때까지 버티고 또 버티길. 장자에 이르길 3일 넘는 비는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 물론 그가 초나라 출신으로 추정된다는 점은 감안하도록 하자 - 실력은 그저 그래도 지난 10년의 세월을 통해 이런 태도를 마음에 새길 수 있었으니 여기에 들인 공이 그것으로도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본다. 2021년 초에는 형의권에서 배울 건 일단 다 배웠다는 의미로 행해지는 행사인 수료식을 드디어 하게 되었다. 집합금지가 풀려야 구체적인 날을 잡을 수 있을 것이지만. 무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된다면 이후에는 형의권 기술의 깊이를 더 파고 들어가면서 하북 손식 계열의 3권3검 전통을 따라 팔괘장 및 몇몇 병장기를 배우게 될 것이다.

 

독자제현들께서도 뭔가 이뤄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형사법 관련 글은 자료수집 및 기존연구 이해를 계속 해보고 있는 중이고,

다음번에는 '주역'에 대해 조금 써볼까 싶기도 하다.

점쳐서 올해 국운이 어쩌고 하는 것과는 결이 다른 - 어쩌면 반대되는 -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