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1) 썸네일형 리스트형 2024.10.22. 1. 꽃 이야기 어느 스님이 꽃과 나무 기르기를 좋아하여, 귀한 종자를 얻어 정성껏 기른 끝에 곧 개화를 앞두고 있었다.그런데 마을 사는 선량한 주민 A는 예초기를 돌릴 일이 생긴 김에, 일손을 거들어주고자 하는 마음으로또다른 선량한 주민 B는 이왕 약통을 등에 짊어진 김에 일손을 거들어주고자 하는 마음으로절에 피어나는 잡초(?)에 기계를 들이대고 약을 쳤다. 그분들이 착한 마음을 가졌으나 결과가 그리 된 까닭은 눈앞의 풀이 잡초인지 꽃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그 순간 나 역시나 사리분별력이 부족했던 탓에 수많은 귀한 풀을 베어 왔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이 용서받기를 바라면서도 마음의 죄의식과 그늘로 인하여 아무래도 악행이겠지요 하고 묻자스님은 그분들의 의도가 선했기에 괜찮다고 하였다.. 신념에 대하여 며칠 전 인생의 신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들었는데 그 순간 그때 머리에 스쳐간 많은 생각들을 전할 수는 없어서 혹시 그런 것이 (어떤 주의나 주장을 가리키는 것이라면) 일단은 없다고 말을 하였다만 동시에 당황스럽기도 하였다. 첫번째는 정말이지 그런 신념이라 할 만한 것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며 두번째는 몇년 전만 하더라도 스스로도 감당 못할 각종 신념을 짊어지고 살았기 때문에 그 차이 내지는 간격으로부터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 하는 놀라움이 찾아왔던 것이다. 이에 며칠간 여기에 대하여 생각 정리를 해 보았다. 전자는 답을 하기가 비교적 쉬워 보인다. 어려서부터 혼자 놀기의 달인이었던 나는 20대 초의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외로움에 그저 혼자 있지 않는 것만으로는 이것을 어찌할 수 없다.. 23.03.01. 역시 커피는 끝까지 거절했어야 했다. 체질은 쉽게 바뀌는게 아니었고 또 어리석음의 대가로 불면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아들의 학폭사건으로 누군가가 어디 가려다가 못갔나보다. 어떤 글을 보니 밑에 트위터를 열심히 하는 모 교수의 말이 인용되어 있던데 "아비에게 배운대로 한다" 였던가? 사실 며칠 전 그 글을 본 뒤부터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딱히 만나는 사람도 없고 한동안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여의치 않을 예정이건만 나는 날마다 새롭게 부족한데 누굴 키운다는게 염치도 없고 자신도 없어서? 이래서 괜히 생각이 많아지기 전에 대충 기회처럼 보이던 시점에 어어 하면서 갔어야하나 싶기도 하고 내 양친께서도 돌이켜보면 이번 생에 부모는 처음인데 많이 힘들었겠다 싶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막연하게, 젊은 녀석들에게 .. 22.10.03. 요즘 수련 과정에서 느끼는 것은 결국 돌고 돌아 기본이라는 것이다. 그럼 그동안의 수련은 무엇이었는가 생각해 본다면 처음에는 모든 것이 부족하여 그 기본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허용되는 범위 내의 오차 안에서 힘을 길렀던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오랜시간 돌아온 것은 각종 사건사고의 영향도 있었지만 이것을 몰랐던 이유가 가장 크다. 그냥 하던 대로 한 것이다. 여전히 가끔 불편하지만 작년 11월의 부상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여태껏 신경을 쓰지 않던 부분을 신경쓸수 밖에 없게 된 부분은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하던대로 그냥 힘든건 악으로 깡으로 넘기려고 들면 무릎이 아팠기 때문에 요결이라는 것을 좀 더 신경쓰게 되었고 그게 다듬어질수록 무릎에 데미지가 덜 가는 것을 겪게 되었다. 최근들어서는 새.. 본성, 운명, 자유의지 (2) (1)에 이어서 쓴다 본성, 운명, 자유의지 (1) (tistory.com) 요점은 우리의 삶이 굴러가는데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과의 누적이라면 그리고 사람이 타고난 경향성이나 선택의 누적에 따라 그 스노우볼이 굴러가기 시작해서 나중에 결국 멈출 수 없게 되는 거라면 결국 가장 요긴한 방법은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법칙 중 어떤 강력한 것 하나를 뒤틀어버리는 것이다. 고대의 가르침에서 나는 그것이 이전에 말한 자기중심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자기보존본능은 뼈에 새겨져서 씻을 수 없을 듯이 느껴지지만 자연은 우리에게 또다른 반대의 흐름 내지는 열쇠를 준비했으니 예컨대 종 전체의 보존본능이 그 실마리 중 하나이다. 이를 일컬어 선이라 할 수도 있고 만물분수리라 할 수도 있고 불성이라도 할 수 있.. 본성, 운명, 자유의지 (1) 최근에 한 친구와 새벽에 영웅은 공부따윈 하지 않아라는 느낌으로 이야기하다보니 인간 본성론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듣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순자라는 인물의 선악 개념이었다. 흔히들 순자 하면 성악설을 주장했다고 이해하고 넘어가는데 정작 그 악이라는 개념이 오늘날 우리가 들었을때 떠올리는 바로 그 개념이 맞는가에 대해서는 공교육 단계에서는 접하기 힘들다. 그에 의하면 순자의 악 개념은 바로 egocentric 이라고 한다. 자기 중심성이 강한 정도?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자면 또 너무 길어지니 사례로 대체해본다. 어느 성교육 강사가 감옥에 출장을 갔다와서 한 이야기에 따르면, (아마도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교화 관련 수업이었던거 같다 + 배경이 한국인지 외국인지도 모르겠고) 자기는 억울.. 21.05.23 '무인과 거문고'를 넘기다가 인상깊은 구절을 발견하여 듬성듬성 옮겨본다. 정서를 통제하지 못하면 생리반응이 커지고 미친 열정이 비로소 예술이라고 여기나, 실은 감수성은 얕고 도량은 좁다. (중략, 오늘날의 소위 예술병 걸린 이들에게도 일침이 될 만한 말이다) 기혈이 조정되지 않으면 기법을 함부로 말한다. (중략) 기법 단계에 이르면 곧 개인의 총명함과 재능과 지혜를 살피는데, 많은 사람 모두 다 대강대강 해서, 기법을 배워도 깊이 따지는 사변 능력이 없다. 어떤 사람의 기본이 좋다는 말은 실은 사변능력이 강한 것이다. 아무리 많이 연습해도, 극히 미세한 정도로 깊이 따져 연구하지 않고, 피부와 힘줄의 민감함에 이르도록 구체적이지 않으면 솜씨는 틀릴 수 밖에 없다. (중략) 고금이 튕기는 한 음은 바로 서.. 수료식 후기 #자고 일어나니 사고 났던 다음날 아침의 10분의 1만큼 목이 뻐근하고, 여기저기 쑤셨다. 벽에 걸어놓은 검을 보니 어제가 수료식이었음이 실감이 났다. 하루종일 짧게 이런생각 저런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하여 두서없이 쏟아내 본다. #아침 리허설때 평소보다 잘해보려고 하다가, 그냥 10년 수련하던 날 중의 하루처럼 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처음엔 그래도 단독수련 파트는 잘 하고 대련 파트만 좀 못했구나 했는데 누가 일부를 영상으로 찍어줘서 투로 파트를 봤더니 부족함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당장 영상만 기준으로 해서 봐도 동작 간에 편차를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단서가 된다. 어떤 동작은 다른 동작에 비해 확실히 중심이 덜 떨어진다든가, 이 동작에 비해 저 동작은 뭔가 답답해보인다든가 하는 것이 그것이다. 한.. 이전 1 2 3 다음